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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구의 증명(로맨스 소설, 첫사랑 소설, 겨울 추천 도서)-최진영 작가

올해의 로맨스 소설이라는 강력한 추천

저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추천한 올해의 로맨스 소설 : 구의 증명

밀리의 서재로 읽은 2번째 소설입니다. 올해 초부터 이 책은 올해 최고의 소설이 될 거라고, 꼭 읽어 보라고 추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워낙 책을 읽지 못하던 시기라 연말이 다 되어서, 밀리를 시작하고 나서 읽게 되었네요. 과연 올해의 로맨스 소설이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애틋했고 독자의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해질 만큼 아픈 이야기였습니다. 추운 겨울에 추천드리고 싶은 소설이네요.

 

구의 증명(출처 : YES24)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함께 읽기 좋은 책

주은공은 구(남자)와 담이(여자) 입니다. 그 둘은 영원히 사랑합니다. 구가 죽은 다음에도 말이죠. 담이는 구의 시신을 수습하여 자신의 방으로 들고 왔습니다. 그렇게 구를 보낼 수 없었습니다. 담이는 구에 대한 증명을 하기 시작합니다. 구의 시신을 먹음으로 담이 안에 구가 살게 됩니다. 그렇게 담이는 구에 대한 사랑을 증명하려고 하는 걸까요? 구의 시신을 다 먹고 나서 보란듯이 행복하게 살면 담이는 구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게 될까요?

왜 구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왜 담이는 그런 충격적인 행동을 취하게 되는지 소설의 초반부에서부터 너무 궁금했습니다. 분명 로맨스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왜 여자 주인공이 싸이코패스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 미친 사랑의 장난인 것일까. 아니면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연이 있는 것일까.

 

지브리 애니메이션(출처 : 구글)

다시 만나게 되어 있는 사람

구와 담이는 계속해서 헤어졌다. 초등학생 때 유치한 친구들의 놀림과 괴롭힘 때문에 고등학교 시절 공장에서 살던 꼬마 아이기 노마의 죽음 때문에 그 죽음의 아픔을 잊기 위해 담이 대신에 새로운 여자를 만난 구 때문에 구의 입대 때문에 그 사이에 담이는 유일한 가족이었던 이모를 잃었고 구는 부모의 빚을 떠안게 되었다.

그 사이 사이에 헤어짐은 더 강렬하게 그들을 이끌었다. 지구의 중력처럼 그들은 서로를 향하고 있었다. 구가 매 맞아 죽어가던 그 순간에도 공중전화 박스에서 담이를 외치고 끌려나와 또 맞아 죽어 가면서까지도 말이다. 담이는 애절함을 구의 시체를 마주한 순간 느끼고 만다. 구가 죽어도 담이는 구뿐일 것이다.

 

"낡고 깨진 공중전화부스가 아니라, 닳고 더러운 보도블록 틈새에 핀 잡초가 아니라, 부옇고 붉은 밤하늘이나 머나먼 곳의 십자가가 아니라, 너를 바라보다 죽고 싶었다"

 

"어떤 이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게 사는 거냐고, 답 없는 삶이라고 말할 것이다. 살면서 이미 그런 말을 수차례 들었다. 그런 구가 진짜 죽었다. 죽었는데도 그런 말을 듣게 할 수는 없다. 죽었는데, 잘 되었다니, 견딜 수 없다"


출처 :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

 

출처 : 구글

돈도 유전이 된다.

구와 담이의 애틋한 감정선과 서로를 아끼는 마음도 무척 따뜻하고 인상적이지만 구가 죽어 가는 이유도 나에겐 인상적이었다. 구가 죽어가는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구가 군대에 간 사이에 부모는 성인이 된 구의 명의를 가지고 보증을 섰기 때문이다. 구가 전역했을 때 그의 부모는 행방불명 상태였다. 돈이 유전되었다.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성품의 구가 돈이 없으면 살 수 없게 되었다. 구의 옆에는 담이가 있었다. 구는 열심히 돈을 갚는다. 그래도 희망이 없다. 구는 담이에게 온갖 성질을 부린다. 담이를 자신의 인생에서 쫓아 내려고 한다.

사채업자들은 구가 돈 벌이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고기 잡이 배에 노예로 팔려고 한다. 담이는 구와 도망의 길을 선택한다. 그들은 마치 부모의 유전자처럼 구를 찾아온다. 구는 잡히고 구타를 당하고 끌려가고 다시 도망친다. 담이의 곁으로 말이다. 그렇게 담이 곁으로 곁으로 도망친다. 구는 돈에게서 도망친다. 도망치다가 돈에게 죽는다.

 

"인간의 돈도 유전된다. 유전된 돈으로 돈 없는 자를 잡아 먹는다. 돈이 없으면 살 수 있는 사람도 살지 못하고, 돈이 있으면 죽어 마땅한 사람도 기세 좋게 살아간다"

 

"담아 우리를 기억해줄 사람은 없어. 우리가 우리를 기억해야 해"

 

"괴로움 없는 사랑은 없다"

 

출처 : 구의 증명-최진영 작가

 

출처 : 구글 이미지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던 작가의 말도 공유해 본다.

애인과 같이 있을 때면 그의 살을 손가락으로 뚝뚝 뜯어 오물오물 씹어 먹는 상상을 하다 혼자 좋아 웃곤 했다. 상상 속 애인의 살은 찹살떡처럼 쫄깃하고 달았다. 그런 상상을 가능케 하는 사랑. 그런 사랑을 가능케 하는 상상. 글을 쓰면서 그 시절을 종종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