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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서영동 이야기 : 집은 재산이 아닌 주거권(조남주 작가)

부동산은 재산권이 아니라 주거권이라는 생각

부동산 문제를 접근하는 방식은 누군가의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방향이 아니라 국민의 기본적인 주거권을 해결한다는 관점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말은 <창비> 계간지에서 한 논객이 했던 말이다. 필자 또한 최근에 전세집을 알아 보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공감이 가는 말이다. 왜 부동산은 누군가에게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사력을 다해 찾아야 하는 주거권이 되는 것일까.

출처 : YES24(서영동 이야기)

끌어모으면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영혼은 대체 어떤 영혼일까.

조남주 작가의 소설 <서영동 이야기> 마지막 챕터에 적혀 있는 마지막 구절이다. 필자와 같은 또래일 수 있는 주인공이 불안정한 주거의 문제로 삶 자체가 흔들리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낮에는 학원에서 채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편의점으로 달려가 또 일을 한다. 인생에서 사치를 부리거나 엇나가는 반항을 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이상하게도 삶은 계속해서 쪼들린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주거지는 재개발이 임박해 있는 동네에 보증금과 계약 기간 없이 살 수 있는 주택이다. 계약서에는 특약으로 재개발 진행시 1주일 안에 집을 비워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서울 아파트 전경(출처 : SBS뉴스)

밥을 먹고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잠만 자는데도                                          나의 세상은 마치 쪼그라드는 원처럼                                                   

구심력을 타고 쪼그라 들었다.

필자는 3주째 전세집을 알아 보러 다니고 있다. 결혼 생활을 계획하고 마련하는 집이다. 처음에 예산을 빠듯하게 잡고 움직였더니 정말 살만한 집이 없었다. 예산을 늘릴 수록 보물 찾기 아이템이 나타나는 것처럼 서울 지도 위에 매물이 표시되었다. 돈 없는 사람에게 매물은 투명하게 숨어 있다가 나타났다. 

집이 마음에 들면 등기에 문제가 있었다. 한번은 부동산이랑 대판 싸우는 일이 발생했다. 가계약금을 넣고 해당 집이 압류되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중개인은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 우리를 얕잡아 본 것인지 중개인은 자신의 의무에 한치의 가책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답답했지만 구청에 민원을 넣고 가계약금을 돌려 받았다. 성실하게 살아 온 대가가 고작 이런 대우라고 생각하니 더 슬퍼졌다. 그 후로 많은 중개인을 만나 봤지만 중개인 대부분은 임대인 편이지 임차인 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재개발(출처 : unsplash)

하루하루 재미있고 만족스럽다. 그런데 그 시간들이 모이면 불안이 된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며 오늘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연말이면 아무 성과 없이 또 1년이 갔구나 한심한 것이다.

직장인이 되고 규칙적인 소득이 생기면서 나의 생활은 일정한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그 궤도는 불안 그 자체다. 전문직이나 공무원이 아닌 이상 나는 기업의 한 부품에 불과했다. 언제든 누구에게로 대체될 수 있는 자리인 것이다. 그 불안은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주파수에서 존재하다가 어느 날 문득 굉음을 내며 내게 다가 온다. 소설 속의 주인공처럼 직장인으로서 하루하루는 만족할만 하다. 한 달을 꼬박 일하고 받는 월급을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쓴다면 부족한 수준은 아니다. 쇼핑을 하고 맛집을 가고 여행을 계획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가 문득 불안이 엄습해 오곤 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 갈 수 있을까. 지금보다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을까. 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인가. 나는 경쟁력이 있는가.

출처 : unsplash

아주 조금만, 혼자 설 수 있을만큼만 기회를 주고 응원해 주면 소박하고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끝까지 누구도 피해를 주지 않을 사람들.

세상은 우리를 MZ세대라고 명명한다. 단순히 부르기 위해 만든 용어가 아니라 규명하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은 정의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면서 변한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이다. 그렇지만 한 가지 내가 믿고 있는 것은 있다.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나의 주변 사람들은 그렇다. 아주 작은 응원과 자리 잡고 서 있을 기회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출처 : unsplash

우리가 종일 밖에서 얼마나 시달려? 그렇게 젖은 신문지 꼴로 집에 들어왔을 때, 이제 살 것 같다. 소리가 나와야 되는 거 아니에요? 집이 크건 작건 간에.

세상은 힘겹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더 안 좋은 상황에 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그 생각만 하면 머리가 복잡하다. 매일 채용 공고를 보고 보다 급여가 많고 안정적인 직장을 꿈꾸지만 퇴근 후 나의 행적에 이직을 위한 노력이 없다. 주어진 일은 해야 하기 때문에 시달리고 젖어 버린다. 진짜 요즘 날씨도 따뜻해서 집에 오면 피지가 장난이 아니다. 피지에 젖어 버린다. 집에 돌아와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나면 살 것 같다는 말은 안 나온다. 이제 겨우 살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긴 여정 끝에 전세집을 구했다. 올수리, 인테리어가 진행되는 집으로 정했다. 예산이 빠듯하지만 앞으로 2년간은 퇴근 후 집에 도착했을 때 사는 것 이상으로 행복했으면 한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렀을 때 진짜 나의 공간이 생겼을면 한다.